171212




...만약 그랬더라면 너는 대학을 다니고 졸업했겠지. 그동안 우리는 몇 번 정도 더 만났을 거다. 너는 만날때마다 밝게 인사했겠지. 나는 어, 안녕. 하고. 잘 지냈어, 하고 묻는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간 뒤로 우리는 서로에게서 멀리, 그냥 그렇게 잊혀졌을 수도 있다. 평범한 삶. 어느 날엔가 너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도 하고, 나는 건너건너 사람들을 통해 그 소식을 듣는다. 아니면 혹은 잠이 오지 않는 밤에 페이스북을 뒤지다가. 아, 네가 벌써 결혼을 했구나, 시간이 벌써 그렇게 흘렀구나, 내가 나이를 많이 먹었구나. 하고, 그렇게. 그렇게. 그런 서로에게 점점 잊혀지는 평범한 삶을 살았을 수도 있다.
나는 너와 그다지 친하지 않았다. 고작 몇 번 만난 것이 전부인 너를 나는 아직도 종종 떠올린다. 나에겐 너의 사진이 없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이 너의 얼굴이 맞는 것인줄 확신할 수 없다. 그날, 가난한 내가 줄 수 있는 것이 고작 천원짜리 몇장과 헌혈증 두어장 뿐이었다는 것이 내내 사무치게 남는다. 너를 만나러 그곳에 들어갔더라면 내게 남은 너의 마지막 얼굴은 웃는 것이 아니라 그 안의 네가 되었을까. 그렇다면 보지 않기를 잘 했다. 
영하의 밤이 어느새 다 지나간다. 나이를 점점 먹어갈수록 너에게서 점점 멀어지는 기분이 들어. 하지만 실은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겠지. 나는 슬프지 않다. 너를 딱히 사랑하거나 하지도 않는다. 그냥, 기억만 한다.


이상하게 칭찬댓글이 달리는것같아서 몇요일인지 많은지 참........열받네요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