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가 처가집에 갔다.

무더운 7월 둘째를 출산하고 친정에 내려가 몸조리를 하며 나에 첫번째 장기휴가가 시작되었다.
 
오유 유부남 유저들은 와이프가 없는 휴가기간에 게임과 영화, 음주, 기타 취미생활을 계획하며 
문단의 끝에 'ㅋ'나 'ㅎ'가 들어가는 글을 올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 역시 같은 마음이었다.
 
30대 후반 직장인 남성의 취미생활은 음주를 제외하고 없었다.
 
그저 평소와 같이 알콜중독자의 마음으로 술을 잔뜩 먹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다.
 
너무나 기분좋은 금요일 직장 동료와 밤 11시까지 마시고 집에 왔다.
 
흠뻑 취해서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고 이래저래 좋았던 그런날이어서 샤워를 하고 12시 쯤 한 잔 더 먹으러 집을 나왔다.
 
나는 직장은 분당이지만 근처 XX리에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XX리는 폭발적인 인구 밀집도를 자랑하며 제법 먹을만한 술집들이 있다.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고 이래저래 좋았기 때문에 오픈한지 얼마 안된 집에 들어갔다.
 
무려 요리가 맛잇는 집이라는 문구를 걸고 있는 이자카야다.
 
연어 사시미와 소주 한병을 시켰고 이 연어는 내 인생연어회가 되었다.
 
정갈하게 부위마다 3점 씩 썰어놓은 신선한 연어회 12조각을 무순과 생와사비를 곁들여 소주와 먹으니 환상이었다. 
 
이후 그 맛을 기억하려고 수없이 연어회를 먹었지만 절대 그 맛이 나지 않았다.
 
"언젠간 반드시 다시 간다."라는 마음을 간직한채
 
3달 후
 
 
 
 
 
 
 
 
처남이 둘째를 출산했고 와이프는 처갓집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
 
두번째 휴가가 시작되었다.
 
나의 버킷리스트 나의 연어회
 
디데이는 어제였다.
 
나는 남들보다 조금 일찍 출근하고 점심시간 없이 조금 일찔 퇴근하는 직업의 특성으로
가급적 아침밥과 점심밥 중 적당한 때를 골라 한끼만 매우 간단히 먹는다.
 
어제는 굶었다.
 
진짜 연어회를 최상의 맛으로 먹으려고 굶었다.
 
퇴근하고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가슴이 뛴다.
 
요리가 맛있는 집에 남들 퇴근하는 시간에 들어가니 손님은 나 혼자였다.
 
사장님이 메뉴판을 건네지만 굳이 볼 필요가 없었다.
 
주문한 소주와 연어회가 나왔다.
 
실망스럽다. 연어가 냉동이다. 무순은 말라 비틀어져 있다.
 
화가 났다. 그래도 한점 먹었다.
 
돈이 아까워 한점 더 먹었다. 더욱 화가 났다.
 
신선함이 없다.
 
통상 횟감으로 연어를 사서 먹고 남아 시간이 지난건 구이용으로 써야한다. 근데 그걸 얼려서 재사용했다.
 
썰려 있는 크기도 제각각에 칼이 잘 안들어가는지 얇게 썰린 연어는 대패삽겹을 연상케하는 비주얼이다.
 
바로 옆 마트에 가서 썰려 있는 만원짜리 연어회를 사서 절반만 접시에 올려도 이거보단 양이 많고 맛있을것 같다.
 
그냥 일어나서 계산을 했다.
 
사장님께 섭섭한 마음을 토로 하고 밖에 나와 담배를 물었다.
 
별로 개의치 않는듯 테이블을 치운다.
 
집에 가서 캔참치에 소맥을 마시고 잤다.
 
ㅅㅂ
 
 
 
근데ㅋ 오늘은ㅎ 뭐하고ㅋ 놀지?ㅎ